어느 아버지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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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사랑>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녀석이 세상에 눈을 뜨면서

말라붙었던 내 감성창고가

녀석에게 줄 사랑과 관심으로

빡박하게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퇴근이 기다려지게 되고,

미안한 얘기지만 사랑스러운 아내보다

아가의 얼굴이 더 보고싶어지고

아내와의 잠자리보다 쎄근대며 자는

아가의 얼굴을 보는게 더 좋아집니다.


어느덧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어요.

노란 병아리같은 옷을 입고

덩치만한 가방을 메고도 씩씩하게

유치원을 가는 녀석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침에 뺨에 입을 맞추고 가는데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입니다.

남들보다 더 잘먹인다고

남들보다 더 잘입힌다고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어느 애들보다

훨신 작은키에 초라한 옷차림으로 맨 앞줄에 서 있는 녀석.

눈이 마주칠때마다 윙크를 하며 웃어주는 녀석이

어느덧 이 애비의 맘을 헤아릴 줄도 압니다.


중학생이 되고 급식을 한다기에

회사에서 나오는 식비를 학교로 보냈습니다.

한창땐 많이 먹어야 크지요.

저야 뭐 좋은것 이제껏 먹고 살았으니 중식 한끼 정도야..

소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 하지 않았습니까.

녀석이 맛있게 먹을 급식을 생각하니 절로 배가 부릅니다.


명랑하던 우리 아들이

언제인가부터 말이 없습니다..

그저 늦게까지 학교에 있다가

집에와서는 훌쩍 방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사춘기를 지내나봅니다..

저나이땐 다 저러고 그렇죠.

이런 저녁엔 무척이나 심심하네요..


아들이 대학을 갑니다.

그것도 서울에 있는 일류대학을 가요.

녀석 합격통지서를 들고서 싱글벙글입니다.

하늘을 날 듯이 기쁘기만 합니다.

하나 해준것도 없는데 알아서 저렇게 잘 하는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아들의 입학금을 마련할 일만 남았네요.

이 나이 되도록 내 집한칸 없이 산게 미안할 뿐이네요..

전세금 대출이라도 받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교통비와 식비도 줄여야겠네요


오늘 아들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군대 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휴가를 나온다네요..

이 애비주려고 담배를 꼬박꼬박 모아 보냈네요.

아들 녀석 나오면 따뜻한 밥이라도 한그릇 사줘야 할텐데 시원찮은 수입에 한숨부터 나오네요..

그래도 휴가 기간동안은 잘 먹여 보내야겠습니다.

투덜대는 아내를 뒤로하고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갑니다

이 놈이 삼겹살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세근이면 열흘 휴가동안 매일먹을 수있겠지요?

 

아들이 새색시감을 데리고 왔네요.

어찌나 참하고 이쁜지.. 단아한 것이 역시

나를 닮아 여자보는 눈이 같네요.

어디 살만한 전세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이제 아들녀석 장가 가고 나면 단출하게 살텐데요 뭐..

이리 큰 전세집이 뭐 필요가 있겠어요.

다음달에 장가가기 전에 빨리 작은집으로 옮겨야겠습니다.

둘이 늙으막에 등 붙이고 다닥다닥 붙어 지내고 좋지요.

아들 녀석은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갔는데

그 높은 고층에 뭐할라고 사는지 원..

비싼 관리비 줘가며 말입니다..


오늘 병원엘 갔습니다.

요즘들어 영 눈앞이 침침한게

다리도 저리고, 몸살 기운이 있는것같아

몸살약이나 지어먹으러 갔는데 그러고보니..

우리아들 데리고온 이후로 처음와보네요..

허.. 참..별일도 유분수지 저보고 암이랍니다.. 원

두달도 못 산다네요..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차서 말이 안나옵니다.


오늘 아들 내외가 병원에 왔다갔습니다..

바쁜데 뭐할라고.. 아들 녀석이..

먹고 사는게 힘든가 봅니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네요..

녀석 밥은 묵고 댕기는지..

쥐꼬리 봉급에 저거 둘이 먹고 살기도 힘들텐데

백만원식이나 하는 제 병원비를 내고 있네요..

변변히 해준것도 없는데..

못난 애비가 뭐가 예뻐서..


손주 나면 보고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네요...

너무 사랑하는 우리 아들...

내가 짐이되어 힘들게하고 싶지 않네요...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요. 줄수있는게...

이렇게 빨리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들아 행복해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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