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 ▶좋은글
- 2017. 12. 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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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
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마음마저 축 가라앉은 날이었다.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 오는 날, 어린 자녀와 부모가
우산을 맞잡은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
부모라는 존재의 역할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웨만한 부모는
아들딸이 비 맞지 않도록
우산을 자식 쪽으로 가져간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아빠, 옷 젖었어?"
"아니..."
거짓말이다.
부모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 이기주 '언어의 온도'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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