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좋은 시 10가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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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좋은 시 10가지 모음


●첫사랑 /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호수 /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가락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하늘 / 최계락


하늘은 바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구름은 조각배

바람이 사공 되어

노를 젓는다.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로움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

 

 

●박용철 /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비누풍선 / 이원수

 

무지개를 풀어서

오색구름 풀어서

동그란 풍선을 만들어서요


달나라로 가라고

꿈나라로 가라고

고히고히 불어서 날리웁니다.

 

 

●박목월 /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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