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 ▶연애
- 2020. 6. 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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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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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나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밤마다 아쉬운 이별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한 집에서 삼시세끼를 같이 먹고, 떨어지기 아쉬워 매만지던 몸이 떨어질 일도 없을테니 당연히 행복할 줄 알았다. 사랑이 더 깊어지고 커질거라 믿었다.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결혼하지 말라던 주위 사람들, 불행하다는 기혼자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며 콧방귀 껴줬다. 헌데, 우린 달라 라고 믿었던 그 착각마저 다른 사람들과 같았다. 결혼하는 순간, 나의 큰 착각이란걸 깨닳았다. 다정했던 사람이 날카로워졌다. 내가 토라지면 옆에 붙어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람이 지금은 되려 더 신경질을 부린다. 우리 사이에 감정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나를 앉혀놓고 이야기로 풀려했던 사람이 지금은 내가 얘기 좀 하자 해도 일주일, 열흘,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 내 손을 놓으면 깨지는 줄 알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손 끝 하나 스칠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부드럽게 운전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드라이브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지금은 난폭한 운전에 서로 창밖만 보니 같은 차에 나란히 앉아있는게 힘들다. 집에 들어가면 각자의 보금자리에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나는 안방, 그 사람은 거실. 각방 쓰거나 떨어져 자는걸 세상에서 싫어한다던 사람인데 지금 거실엔 당연히 이부자리가 자리잡고 있다. 연애 때, 뜻뜨미지근한 휴대폰을 바꿔 잡으며 끊기가 아쉬워 잘자, 인사하던 목소리가 그립다. 내 가방이 뭐 그리 무겁다고 잠시도 못 들게 하던 그의 모습이 그립다. 내가 울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그 사람이 그립다. 이런 점은 바뀌어 주세요, 하니 어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냐하던 사람이 연애 때 나를 사랑해준 그 감정은 너무 쉽게 바뀌어 식어버렸더라. 한번씩 나를 쳐다보는 그 매서운 눈이 머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다. 운전 험하게 하면 멀미가 심해지니 그러지 말아달라 몇번 부탁했는데도 금방의 출근길 역시 힘들었다. 나와 있을 땐 적어도 꼭 필요한 일 아니면 휴대폰 보지말자고 했는데 여전히 그의 손과 눈은 휴대폰에 꽂혀있다. 내 하루 일과가 궁금해서 수백통씩 날리던 문자도, 내 목소리가 듣고싶어 잠시 이동하는 순간에도 걸었던 전화도, 이제는 용건이 있어도 잘 하지 않는다. 더이상 나에 대해 궁금해해지도, 내 감정을 신경 써주지도 않는다. 그래, 당신 말마따나 사람이 한결같을 순 없고 당연하겠지만 변하는것도 당연하다. 그치만, 나는 왜 결혼한지 1년도 되지않은 이 시간에 변한 당신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해야 하는지. 나에게 다정했던 당신을 그리워하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비참해져야 하는지. 왜 이렇게나 짧은 시간 동안에 변해버린 것들을 감당하고 살아야하는지. 당장 억만금을 달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물 한방울 안 묻히게 여왕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예전처럼 나를 사랑해달라는건데, 세상에서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듯 받아들이는 당신때문에 나는 그냥 포기하고 만다. 나를 보며 사랑한다 말하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보고싶다며 말 끝을 흐리던 목소리가 그립다. 부드럽게 내 뺨을, 손등을, 머리칼을 만져주던 손길이 그립다. 찬바람 불던 날, 내 앞에 와 옷깃을 여며주던 것도, 맛난것을 먹으면 내 입에 먼저 넣어주던 것도, 추우면 외투를 벗어주던, 먼저 내려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던.. 먹는 속도가 느려 먼저 식사를 다 하고 나를 보며 웃던 그 모습이 그리운데 오늘도 먼저 일어나버리고 비어져버린 앞자리를 보며 나는 외로운 식사를 마쳐야했다. 결혼은 참 무서운거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그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게 되는게 결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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